Jan 30, 2011

샤를 보들레르

 우리들 모두는 넓은 사막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자와 같은 신세죠. 매일 저녁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도시를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물들이던 태양이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상에서 홀로 쓸쓸히 지는 것을 발견하지요.그는 흙먼지로 뒤덮인 후미진 언덕 위에 체념하듯 주저앉아,텅 빈 하늘을 행해 향내를 뿜어올리는 들꽃에게 소용없는 짓 좀 그만 하라고 소리칩니다.드문드문 흩뿌려진 씨앗들에게는 이 불모의 땅에서 어렵사리 싹을 피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축복받은 결혼을 하였다고 믿고 있는 새들에게는 차갑고 거친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이 땅에 둥지를 틀어봤자 헛수고일 뿐이라고 일러줍니다.사막으로 난 길을 따라 다시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는데,이번에는 이성이라는 이름의 창백한 유령이 그에게 따라 붙지요.이 유령은 희미한 불빛으로 그가 걸어가는 삭막한 길을 밝혀주고 이따금 그를 사로잡는,뜨겁게 솟구치는 갈망을 잠재우기 위해 권태라는 독약을 부어주지요.


샤를 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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