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 2011

무언가로 버티고 무언가로 기뻐하며 그래도 무언가로 힘을 얻고

 

1
지하철의 막차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비어있던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섰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들은 막차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술에 취한 아저씨들도 있었고 한복입은 아줌마도 있었으며 검은색 패딩을 입은 고등학생 무리도 있었다. 사교댄스를 아주 열심히 추는 아저씨가 등장, 나는 그 모습이 흥미로워 꽤 오래 관찰을 했으며, 그 외에 커플도 서너쌍. 전화받는 젊은 남자가 둘 정도, 의자에 눌러앉은 사람들이 셋, 있었다. 다들 그렇게 각자 살고 있었다. 다들 무언가로 버티고 무언가로 기뻐하며 그래도 무언가로 힘을 얻고, 다시 한 발 또 내딛는다.



2
각자의 표정과 몸짓들로 살아낸 하루. 일을 하느라 먼 곳을 다녀왔을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나 술을 한잔 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취미를 들여 하루종일 그것에만 매진을 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울며 외로움에 몸을 떠는 하루, 지독한 권태속에 머물던 하루. 그래서 겨우 이나마 버티던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너무나 불공평하게 느낄만큼, 나에게는 오늘이 견딜 수 없이 행복했다. 우물속의 지난날들이 무색하게도,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이 뭔가 특별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함께 하는 누군가가 내 삶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거진 매일을 그리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물론 날마다의 정도는 조금씩 달랐겠지만. 이건 아주 놀라운 일이다.


3
그 어느날에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리고 그때의 그는,  서로에게 그저 아는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의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서로의 옆자리에서 가만가만 온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번을 생각해보아도,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