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4, 2011

 지하철 역을 빠져나와 사무실을 향해 걷는 넓지않은 길 왼편에, 만두집이 하나 있다. 만두집의 입구 바로 옆에는 유리로 된 창이 있는데, 그 곳에서 매일 같은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은 늘 같은 시간 같은 포즈로 묵묵히 만두를 빚는다. 내가 지나갈 쯤에는 밀가루 반죽을 톡톡 썰어 손으로 하나하나 만두피를 만들고 있다. 나는 걷다가 왼편으로 그 사람을 흘끗 보고, 다시 길을 걷는다. 내가 그 앞을 지나가고 다른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지나도 그 사람은 만두를 빚는다. 점심시간에 그 앞을 지나갈 때에도 그 사람은 만두를 빚고 있다. 그 사람은 어쩌다가, 언제부터, 매일 같이 만두를 빚게 되었을까. 그리고 나는 어쩌다가, 언제부터, 매일 같이 그 사람을 흘끗 쳐다보고 가게 되었을까. 늘 '아 저 사람은 오늘도 만두를 빚고있네' 생각하고 지나간다. 가끔은 '저 사람은 만두 빚는게 재밌을까'도 생각한다. 가끔은 '심심하지 않을까' 궁금해도 한다. 딱 한사람만 설 수 있는 공간에 그 사람 혼자 서서 만두만 빚고 있다. 그 사람이라고 했지만,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손만 기억이 난다. 만두을 빚고 있는 손이다. 어느 날 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면 나는 무슨 기분이 들까. 지금까지 늘 보아왔던 어떤 이미지가 사라져 버렸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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