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1, 2012

전보경, <이웃의 미학>


 
이웃 맺기란 상대방이 속해 있는 시간과 공간을 괴롭힐 것을 알면서도, 즉 자크데리다가 지적하였듯 낯선 이방인을 자신의 집-안으러 초대하여 상처받기 쉬운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는 하나의 폭력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이웃맺기를 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내가 존재하기 위하서일까? 즉, 자끄 라깡과 슬라보에지젝의 해석처럼 "나"의 환영이 투영된 타인의 모습이 의해 나의 존재함을 확인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아와 다른 보편성을 지닌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중과 공동의 신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하나의 조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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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현재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공통된 기억이라는 과거를 만든다. 또한 그것은 미래이다. 타자와의 관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손아귀에 쥘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만나고, 한 순간의 경험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삶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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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전통적 민화 같은 그림, 그 옆에 숭례문인 듯 보이는 작은 사진, 그리고 그 옆에 거북이 박지가 놓여져 있었다. 조화가 안될 것 같은 이 조합들은 나름대로 할머니의 풍취와 관심거리를 나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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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이젠 이렇게 생각해요. 예전엔 상대방이 어떻게 날 생각할까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이 날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해요. 내가 손을 잡아도 될까가 아니라 그녀가 잡고 있는 내 손의 느낌이 어떨까. 따뜻할까? 이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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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내가 이웃의 애창곡을 모은 이유는 이웃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 그것은 오직 노래로만 전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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