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3, 2012

사각의 공간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네모난 틀이 보인다. 사각의 공간. 햇수로 13년째, 이 공간에서 천장의 네모난 틀을 보고 있다. 작은 창문으로 새벽의 빛이 새어 들어와 네모의 틀을 비추면 그 빛에 의지해 눈을 깜빡인다. 많은 날을 그렇게 네모의 틀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있으면 나를 스쳐간 사람들 얼굴도 보이고 잘 생각나지 않던 꿈의 장면도 떠오르고 연민에 빠진 내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그걸 바라보고 있다가 영락없이 울어버린 날들이 여럿이다. 그래서 베개가 얼룩져버린 경우가 여럿, 나의 몸 하나 뉘인 그 작은 공간에 존재한 불안이 여럿. 말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네모난 틀 안에 담겨져서 나를 또 말없이 바라보는, 그런 날들이 여럿.

  언젠가부터 혼자 떨어져 생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분리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기분.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정말 뭣도 모르는 나이에는 어서 결혼을 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지 그런 생각도 했었다. 지금은 그리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건 당시의 어린 내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끊이지 않고 몰려올 때, 슬프거나 우울해질 때, 그래서 잠이 오지 않거나 아니면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때, 아니 방문 밖을 나서고 싶지 않을 때, 나는 사각의 공간을 집의 구조에서 떼어내고는 한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상상으로라도 그리하면 행복하다. 누구나 그러한 공간이 있으리라.

  떼어낸 사각의 공간을 우주로 둥실둥실 띄워본다. 어두운 건 무섭지만, 그래도 둥실거리는 느낌에 안도한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든 묶인 마음을 풀어놓고-내려놓고-쏟아놓는다. 그리고는 가만히 위를 바라보는 것이다. 숨 한번 크게 쉬고, 차라리 이제 좀 낫다 생각하며, 들이쉰 숨을 내뱉어본다. 언젠가는 정말 온전한 나의 공간이 생겨날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그날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보고 읽고 쓰고 느껴볼 참이다. 내게는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일들이 있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힘이고, 반드시 어느 날엔가 그 상상이 내 눈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때에 말도 안 되는 긍정의 마음을 먹어본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 말하지만 분명히 말이 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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