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volution
이지원
이번 <에볼루션Evolution>전에서는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처럼 서 있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양복을 입고 콧수염을 기른 사자는 권위적인 회장이고, 호랑이는 사장, 코뿔소는 부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동물들이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만든 회사에도 신입사원이 있고 승진이 있다. 그들은 때로 야구도 하고 게임도 한다. 게임타운에 사는 올빼미는 가슴에 스페이스 인베이더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었다. 게임중독자가 잠을 자지 않는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대입해볼 때 무대포적인 성향을 가진 양아치와 건달은 멧돼지에 비유됐다. 히어로의 모습을 한 고양이와 개도 있다. 각각이 베트맨과 파워레인저처럼 멋진 슈트를 입었다. 백곰과 펭귄은 ‘SAVE THE EARTH’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다. 양과 여우와 라쿤은 속옷차림이다.
이 동물들도 사람처럼 먹고 살기위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사람처럼 입고, 사람처럼 운동을 하고, 사람처럼 생활을 한다. 그런데 가만보면 그들이 속한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얼굴이 보인다. 무표정이기도 하지만 인상을 쓰거나 울상을 짓거나 찡그리고 있기도 한다. 혹시 무언가 연상이 되는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동물의 사회를 만들면서 현재 사회를 그들의 눈으로 보고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의 욕심때문에 희생당하는 동물들을 생각하고 그들도 똑같이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우리가 먹고 살고 자고 생활하는 것처럼 그들도 똑같다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고통도 그들 또한 동일하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인간은 먹고 산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영역을 확장하고,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에어컨을 줄이지 않는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애완동물을 끌어안으면서 백화점에 가서는 값비싼 양과 여우, 라쿤털을 찾는다. 작가는 말 한마디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의 모습을 빌려 말을 건네고 싶었다. 그는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만이라도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보는 아이들이 왜 여우는 옷을 입지 않았는지, 펭귄 옷에 씌여진 영어는 무슨 뜻인지,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 그럼 그 아이들이 자라 또 다른 사회를 이루게 될 때에는 지금보다 더 살기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작가 양재영은 지금은 바뀌지 않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며 언젠가는 바뀌게 될 세상을 꿈꿔본다. Real Evolution, 진정한 진화는 아마도 그렇게 변화되는 세상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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