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의 여러날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를 경험해 보았다. 지금의 나는 최악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제와서 그 때와 현재를 견주어 보는 일은 그저 소모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현재에 와서 다른 것 하나는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안에 후다닥 여러가지 일들이 펼쳐졌다. 마음이 벅차 어쩔줄 몰라하기도 했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때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어색하게 느끼는때도 있었으며, 아무생각도 하지못한채 멍하니 있는 상태를 그냥 내버려두기도 했다. 그러다가는 종종 우울해졌고, 그런식으로 지나가는 날들이 여럿이었다. 이제는 빛이 든다고 생각한 날도 있었으나, 그 빛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고 그저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던 눈속임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리잡은 허전한날들이 또, 여럿.

 그렇게 여럿의 여러날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