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싶은 것
그녀는 별안간 우울해졌다. 순간 밀려드는 막막함과 짜증은 정말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실 예전부터 늘 존재해왔던 문제였지만 가끔씩 이렇게 툭툭 수면위로 떠올라오면 금새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녀였다. 약 한시간전, 흥미롭고 감동적이던 영화 한편에 한껏 마음이 촉촉해져, 있는대로 얼굴에 웃음을 띄고 있었다는 그 사실이 그녀는 부끄러워졌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었을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렇다면 이런식의 우울함에 빠져서 무얼 어쩌겠다는 걸까? 이런식은 정말 아무것도 이로울 것이 없었다. 알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문제-늘 잠잠히 숨어져있다가 이따금씩 툭툭 튀어나와 그녀를 당황케 하는-는 그녀를 쉬 털고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멈추어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건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싶은것인지, 그녀는 별안간 혼란스러워졌다. '알게뭐야'하고 생각했다. 사실 마음 속엔 복잡한 것들이 가득했지만 '알게뭐야' 하며 툭툭 던져두고 싶었다. 그녀는 '그러고 싶은 것'을, '그렇게 하고 있다'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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