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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18, 2013



뒷짐지고 천천히 밤을 걷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서성인다.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따라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바라본다. 근처 아파트 담장에 핀 벚꽃을 훔쳐본다.

Apr 16, 2013



위가 또, 탈이 나는 바람에 오늘도 죽을 끓였다. 조심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닥쳐서야 후회를 한다. 양파를 다지는데 눈이 엄청 맵고 시렸다. 그제서야 오늘의 무기력함이 깨졌다. 막연한 느낌이라는 것은 사람을 물먹은 솜처럼 만들어서, 시간을 좀처럼 구분할 수 없게 한다.


Apr 2, 2013


어떠한 방식이든 창착물은 존중되어야 한다. 


Mar 28, 2013




수선화화분에 새로운 꽃봉우리가 올라왔다. 조금만 힘주어 만지면 금새 찢어질 정도로 여리고 여린잎인데, 그런 제 몸을 있는 힘껏 피워올리는 것이 참 어여쁘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지금도 살아 숨쉬고 움직이고 있다는 거. 그 느낌에 나도 힘이난다. 내일의 표어는 '수선화처럼 영차영차'로 해야겠음ㅋ_ㅋ

Mar 25, 2013


갑자기 예전에 그렸던 그림들을 하나 하나 풀어봤는데, 그 중 몇 점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때의 나는 뭐가 그렇게 서럽고 무섭고 무거웠을까. 많이 버린다고 버렸는데 그래도 버리지 못했던 몇 점의 그림들이,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림이나마 안아주고 싶었다.

Mar 21, 2013




<누구♥누구> 형태의 낙서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이 벽 위에 이름을 남겼던 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하다.

Mar 17, 2013





오늘 돌아오는 길에 수선화와 히야신스 화분을 샀다. 그러고보면 꽃이나 화분은 항상 불쑥 사게 되는 것 같다. 집에 와서야 화분물받침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단 종이로만 화분 밑을 막아두고 내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흙도 좀 적어서 흙과 함께 분갈이할 화분을 살 예정.

이 꽃들은 오늘 가까이서 처음봤는데 수선화는 향기가 거의 없어 놀랐고, 히야신스는 향기가 아주 짙고 우아해서 놀랐다. 둘이 붙혀두고 향을 맡으면 히야신스의 향기가 수선화까지 퍼진다. 곁에 둔 히야신스 덕에 수선화의 향기 없음이 보이지 않고 노란색 보라색이 섞이면서 고운 자태가 빛난다. 살아있는 식물에서는 맑은 마음을 전해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오늘은 정말 뵙고싶던 선생님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난생 처음 시집을 선물 받았으며, 새롭게 공부할 책을 사고 마무리 하지 못했던 글들을 썼다.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의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감사의 감사를 느꼈던 날이다. 곁에 온 인연들이 하나같이 소중해진다. 결국은 만나질 사람이었기에 만났고 만날 때 였기에 만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수선화와 히야신스도 나와의 인연이 있어 이 곳에 왔다고 믿는다. 덕분에 책상 앞 시간들이 행복해졌다.

Mar 4, 2013



망울져있던 꽃은 피고, 활짝 피었던 꽃은 점차 시들어간다. 나는 화병에 물을 갈아주고 라울이는 꽃잎에 맺힌 물을 먹는다. 아직도 꽃향기가 여전해서 코 끝을 대면 마음이 차분하다. 활기를 밖에 내주고 제 할 일을 마치는 꽃잎에 오늘도 고마운 마음.

Feb 27, 2013


오늘 불쑥 산 꽃, <스토크>. 분홍색, 보라색 꽃잎들이 흔들릴 때마다 예쁜향을 낸다. 비닐로 한 겹싸서 품에 안으니 그득하니 행복하다.

Feb 23, 2013

문 틈으로 새어 나와 들리는 티브이 뉴스의 아나운서 목소리가 사뭇 건조하다. 불편해서 듣고 싶지 않은 사건 사고들을 들으며 몸이 푸석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현실의 소식을 듣고 있음에도 오히려 현실감은 더욱 떨어지고, 잠은 한발짝 더 달아난다.

Jan 27, 2013




라울이를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숨을 쉬느라 들썩이는 이녀석의 작은 몸이 보인다. 미약한 이 움직임은 내게 때로 어떤 것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된다. 오히려 보기 드문 애교를 부릴 때보다도 그러한데, 네가 무얼 해서가 아니라 그저 같은 공간에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녹이는 듯 하다. 

가만보면 사람도 마찬가지.

Jan 21, 2013



오예 206석 혼자 전세냈네! 하고 신나하고 있었는데 한 커플이 더 들어옴. 왠지 모르게 덜 신나졌다..

Jan 17, 2013


추워서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하얀 숨이 피었다 사라진다. 시간이 고요한 날에는 숨의 흔적이 선명하다. 여전히 몸은 잔뜩 웅크린 채 있으나, 까만 밤에 피는 하얀입김이 아름다움을 일러준다.


Jan 5, 2013



사랑하는 나의 보노보노.

며칠 전에 나름 본인에게 주는 신년선물 로 보노보노 만화책 2,3권을 샀다. 지난번에 1권을 사면서 조금씩 사서 모아야지 했는데 이제 3권이 모여졌다. 전집을 다 모으는게 나의 소박한 소망 :)

보노보노는 아주 느린 만화책이다. 보노보노는 천천히 말하고 천천히 생각한다. 


"난 도리도리를 안다. 난 도리도리를 안다.
나도 울보라서 잘 안다. 내가 운 것은 왜 배가 고픈지 알 수 없는데도 배가 고파지고, 왜 추워지는지 알 수 없는데도 추워지고, 왜 무서워지는지 알 수 없는데도 무서워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이다." ㅡ보노보노


Jan 3, 2013


그 왜 예전 오락기 게임중에 펭귄이 북극인지 어딘지 막 빙판길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가는 게임 있잖아요. 제가 요즘 아침 저녁으로 그 펭귄이 되고 있습니다.

Dec 8, 2012



파랑이 여럿, 그 사이 민트, 분홍과 노랑, 라임과 흰색.

Dec 6, 2012




창 밖은 온통 하얀 세상.



 우리는 각자의 꿈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문제는 접점이 어느 곳에 있느냐 하는 것. 그 방향에 따라 이야기는 아름다울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마주치지 못한 이야기들을 위로하는 밤. 오늘 밤은 부디 다들 평온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