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1
여행을 하면서 나는 점점 내 자신에 근접해갔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게 무엇인지, 얼마짜리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인지. 무엇을 두려워 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p110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ㅡ이런 쟁쟁한 대가들의 빛에 가려 간과되기 쉽지만, 사실 르네상스는 몇몇 천재들에 의해 성취된 혁명이 아니다.
지오또에서 시작되어 마싸치오를 거쳐 전성기의 세 거장에 이르는 공식계보와 별도로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과 탐구가 잇달았다.
물감을 다루는 기술과 해부학적 지식의 발전 등 소소한 혁신들이 다리를 놓아 진행된 지루한 진보의 과정이었다.
그 익명의 '쟁이'들이 닦아놓은 길위에서 거장들은 더 깊이 파고들고 오래 서성였을 따름이다. 끝이 보일때까지, 자신을 부수고 거듭나기 까지, 진정한 재생과 부활(Renaissance)를 꿈꾸었던 것이다.
p112
이 여행의 끝에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떠난다.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고,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던가.
p135
평온하게 가라앉다가도 문득 들끓고, 웃다가 다시 분노하고, 상처받는가하면 곧 냉소한다. 놀람과 두려움의 차이를, 자포자기와 견인의 미세하고도 심오한 차이를 그보다 더 잘 표현해낸 화가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으리라. (렘브란트의 자화상앞에서)
p149
우리가 어느 한 장소의 혹은 한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깨닫게 되는 것은 그속에 머물때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다가갈 때, 혹은 그것을 떠날 때인지도 모른다.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경험할 것인가, 아니면 환멸을 맛볼것인가는 어느정도 변덕스런 날씨나 그때 그때 당신의 컨디션과 같은 우연의 폭력에 의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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