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0, 2011
붉은 리본 / 전경린
p40
앙드레 말로는 예술은 인간이 운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수단이라고 했다. 그리고 간혹 인간들 중에는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이들이 있다. 그가 천재 미술가든, 그저 그런 음악가든, 글도 제대로 못 쓴 비운의 여류작가든, 혹은 건달이든, 그들의 삶은 운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바치며, 삶과 운명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예술적 승리를 누리기도 한다.
나는 자신의 삶에서 운명성을 발견한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어떤 종류의 인간이든 간에 일관성 있게 운명을 꿰뚫은 사람은 지적이다라고 말할수 있다. 자신의 길에 들어선 것을 아는 자는 두려움이 없다. 무엇을 이루었거나 이루지 못했거나, 몇 걸음을 나아갔거나 굳이 셀 필요가 없는 일이다. 갈 만큼 가는 것뿐.
p119
고양이, 공, 나비, 키스, 꿈, 시간, 작은 배, 섬들, 모든 구르는 바퀴들.
그리고 생애를 통해 몇 날인가 저 공중에서 내려와 내 몸 위에 포개지는 그대의 사랑.
그런 것들의 불안, 그런 것들의 모호함.
그런 것들의 날카로움, 그런 것들의 떨림.
p171
…깊은 밤이면, 무숙이 울면서 썼던 편지가 곧 부화해서 날아가려는 알처럼 서랍 속에서 바스락 바스락거린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외딴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한 발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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