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6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냄새를 사랑했다. 그의 냄새가 나는 공간에서는 세상을 향해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든 내 인생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나의 꿈은 그런 것이었다. 스물한 살에 만난 남자가 그의 전 생애 동안 오직 나만을 사랑하고 나 또한 단 하나의 남자만을 사랑하며 평생 동안 하나의 생을 온통 함께 사는 것. 우리의 냄새를 다른 냄새와 뒤섞지 않는 것, 나의 꿈은 그것뿐이었고 그것은 흡사 하나의 이념과 같이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p148
실은 내가 좋아요? 라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은 게임을 위험하게 만들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내 속에는 그 말이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내가 좋아요? 그 말은 뻥 터져버릴 것만 같이 부풀어올랐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p157
우린 특별히 더 잘 맞는 사람들 같았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관절들이 저려왔다. 그의 존재가 너무나 절박해서 그 육체에 매달려 절대로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p184
그의 냄새가 좋았기 때문에 뇌에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 나는 후각을 조금씩 열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날 그와 함께 나간 것은 순전히 그 냄새를 좀더 가까이서, 좀더 깊이 들이마시고 싶었기 떄문이었다. 그뿐이었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토록 가벼운 이유로, 동시에 전적인 이유로 운명이 시작된 것이다.
p258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꽉 모은 채 울기 시작했다.
ㅡ괜찮아요?
ㅡ괜찮아요?
우는 동안 하나의 문장이 내 몸 속에서 울렸다. 그것은 그가 내 가슴에 심은 첫 문장이었다.
ㅡ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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