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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코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나는 해파리를 매우 싫어했다. 어렸을 때 근처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몇 번인가 해파리에게 몸을 찔린 적이 있었다. 혼자서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수영하다가 해파리 떼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버린 적도 있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해파리의 특별 전시 따위를 건너뛰어 다랑어나 넙치 같은 평범한 물고기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구미코는 해파리에게 완전히 매료당해 버린 듯 했다. 수조 하나하나 앞에 멈추어 서서 몸을 내밀고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듯 언제까지나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렇게 해파리를 좋아하죠?」하고 나는 물어 보았다.
「글쎄요, 그냥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요?」하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요, 아까 가만히 해파리를 보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가 보고 있는 광경은 세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요.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것이 세계다 하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진짜 세계는 더욱 어둡고 깊은 곳에 있고, 그 대부분은 해파리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죠. 우리가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구 표면의 3분의 2가 바다고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해면이라는 단지 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그 피부 아래 정말로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5시가 되자 구미코는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고 말해서 나는 그녀를 병원까지 바래다 주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하고 그녀는 헤어질 때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웃음 띤 얼굴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따뜻한 빛 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그날 하루로 나와 그녀가 조금 가까워 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해파리 덕택일 거야, 하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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