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6, 2012

밤이 되면 작고 푸른 지구가 빛이 난다.



기분 나쁜 꿈을 꾸었던가.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이미 잠은 다 깨었고, 그저 이불의 감촉이 보드랍길래 부비적 거리며, 환해진 창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무언가 견딜 수가 없어져서 밥을 먹자마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대로 영화를 보았고 쉬지 않고 걸었다. 영화 속 그녀의 목소리가 내내 아른댔다.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아무 연결고리도 없는 문장과 문장들이 사적인 기억을 끄집어 내고 나를 뒤흔들었다. 밥을 먹었고 뜬금없이 지구본을 샀다. 콘센트에 연결하면 불이 들어오는 작고 푸른 지구였다. 오늘은 지구본을 사기에 썩 어울리는 날이다 싶어 가장 눈에 들어온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언젠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면 지구본을 사리라 마음 먹었었다. 그게 오늘. 밤이 되면 작고 푸른 지구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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