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3, 2012

김상돈, <약수 Healing Water>, 아트선재센터 (2012.6.30-8.19)


"아트선재센터는 2012년부터 향후 3년간 박건희문화재단과의 공동주최로 젊은 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다음작가상’의 수상자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며, 그 첫 번째 전시로 다음작가상 제10회 수상자인 김상돈의 <약수>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약수>(2012)는 작가가 탐험하는 생활환경 속에 기묘하게 위치해 있는 풍경과 기운에 대한 작업이다. 그의 작업 안에서 물은 현대적인 개발과 정화를 통해 현대인이 누리는 사치임과 동시에 뿌리 깊은 토착성에 기반을 둔 염원과 생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역사의 충돌이 일상의 시공간에서 빚어내는 다소 기괴한 그의 정경은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머금고 우리의 가슴 한 가운데를 두드린다. 그리고 이 삐뚤어진 비아냥거림이 전작들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그에 비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물이 가지는 생명의 무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텍스트 전문 및 작품 보기

<약수, 2012, HD 싱글채널 비디오 6:45>

원더러스트 전과 함께 아트선재에서 전시되고 있는 김상돈 작가의 <약수 Healing Water>전. 어찌된게 사람들이 2층 전시-원더러스트-만 보고 3층에는 잘 올라오질 않았다. 덕분에 혼자서 잘 보고 왔지.

전시장 입구부터 큰 음악 소리가 들린다. 슬쩍 들어가면 전시장 한쪽 벽면에 프로젝터로 커다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 영상의 배경음악이 전시장 공간을 압도한다. 전시장에는 사진이 12점, 설치가 2점, 영상이 1점 전시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인해, 모든 작업들이 영화처럼 느껴진다.

전시 구성은 담백하면서도 직설적인 느낌 이었다. 전시 텍스트에 적힌 작가의 글이 이 전시를 아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약수 Healing Water>

일상의 생활 풍경을 보면 어디에나 욕망의 각축과 갈등이 있습니다.
누구는 그것이 삶의 활력이자 사회가 돌아가는 원동력이라 합니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를 갖고 있진 않지만,
저는 왜곡된 풍경에서 우리가 벌이는
작은 욕망들끼리의 각축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소진시키는 거대한 갈증을 초래한다고 느꼈습니다.

<약수> 시리즈에는
우리에게 거대한 갈증을 초래하는 생활 주변 풍경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 서로의 불신과 불화, 두터운 방어기제와 은연중의 담합상이 엿보입니다.
갈증을 해갈하고픈 염원으로
실제 약수터와 물길을 찾아 다녔지만,
훼손되고 왜곡된 그곳에서
갈증은 더 심해만 졌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약수를 촬영하기보다 사회의 갈등, 즉 갈증을 찍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분열되어 나뒹구는 풍경들을 마주하고 기록했습니다.
전시장의 모습도 그렇게 재현했습니다.

영상 작업에서 비 내리는 약수터 장면이 나옵니다.
옛 사람들이 올리던 기우제 중에는
마을의 성지를 의도적으로 더럽히거나 훼손함으로써
오히려 자연이 화를 내어 스스로를 씻어내기를 기원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악하게 치장된 약수터를 씻어 내리는 비가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약수> 작업은 제게
풍경에 내재된 갈증과 기운을 기록하고
해갈을 기원하는 작업 입니다.

- 김상돈. 2012


작품 속에 보이는 '우리에게 거대한 갈증을 초래하는 생활 주변 풍경들'은 보는 것만으로 갈증이 나게 한다. 어디선가 보았던 풍경이다. 어디선가 불편함을 느끼고, 어디선가 눈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던 풍경이다. 이미지들이 왠지 모를 중압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나뒹굴고 있다. 나의 인식 속에서, 그리고 실제 공간 안에서 그리 서 있다. 나는 시선의 분별력 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 바닥에 앉아, 러닝타임이 약 7분 가량 되는 영상을 두 번 인가 보았다. 무언가가 휘몰아 치다 씻겨나간다. 작품을 통한 감정의 해소는 이런거지 싶은. 조도가 낮은 전시장 공간 안에 혼자 앉아 그 시간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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