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내 생활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지, 필요한 소비와 불필요한 소비의 경계는 무엇인지, (본인의 지향점과 상관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왜 죄책감의 이유가 되어야 하며 가사노동의 당위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당연히 환경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요 며칠 간 아주 심각했다. 미래에 대한 실패와 불안이 두려웠다. 다소 비관적인 태도로 고민을 해왔다.
생활을 위해 지난 3월에 사두었던 지산 티켓을 판매하기로 했다. 7월을 기다리고 기다리게 했던 페스티발 이었다. 단순히 말하면 나는 하고 싶었던 걸 하나 포기한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억울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을 변호하기 위해, 욕망을 내친 기분을 경험했다. 아주 웃기는 기분이었다.
오늘 꽤나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지하철 역에서 정말 많은 수의 노숙인을 보았다. 집 근처에 그 역에서, 노숙인이란 한번도 있었던 적이 없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가 함께 누워있는 피켓을 보고 알았다. 저축은행 사태. 고매하신 대통령의 형님이 일으킨 그 사태로, 어머니 아버지 뻘 되는 분들이 손수건으로, 혹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래야만 하는 상황.
생존이니 욕망이니 그런 미사어구는 다 집어치우고, 그냥 나는 순간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혼자서 질질 짜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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