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6, 2012

리슨투더시티·진동젤리 연출, <변방연극제 초청작 ‘모-래’> (2012.7.15)




"변방연극제 초청작인 ‘모-래’가 이번주 일요일 7시22분에 세빛둥둥섬에서 처음으로 상연된다. 도시, 예술집단 리슨투더시티와 연극과 신체 사이를 넘나들며 사유하는 진동젤리는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모래강 내성천에서 모래를 한 트럭 가져와 세빛둥둥섬 앞의 공터에 부으며, 40년만에 모래를 만나는 콘크리트 한강변에서 우리를 둘러싼 가치는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강과 모래? 그것은 기본적인 단어이지만 우리의 삶과 너무 동떨어진 무엇이지 않은가? 한강, 금강, 낙동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모래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모래강이었지만 . 40년이 지난 지금 전국에 남아있는자연하천은 내성천 하나 밖에 없다. 그 많던 강의 모래는 우리가 밟고있는 보도블럭에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장소를 옮겼다. 실험극 ‘모-래’는 우리사회는 어떻게 이런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공연은 세빛둥둥섬 투어로 시작해 토론의 요소를 지닌 극 그리고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리슨투더시티 홈페이지 참고

 

<1부:세빛둥둥섬 가이드 (박은선, 김정화) 투어 중>

변방연극제 '모-래'에 다녀왔다. 오전부터 비가 계속 내렸는데, 한강사업 본부에서 15일 하루만 허가를 내줬다고 한다. 그래서 우산들고 쭐래쭐래. 다행히 비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세빛둥둥섬 앞에 집결. 각자 나눠준 우비를 입고 1부 순서인 세빛둥둥섬 가이드 투어에 참여 했다.

세빛둥둥섬은 총 3개의 섬과 미디어갤러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들을 잇는 다리는 애초 부교(물에 뜨는 다리)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여름 집중호우 기간 동안에는 다리가 잠겨 세빛둥둥섬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가 도착한 당시에도 비가 왔기 때문에 역시 부교가 잠겨있었는데,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부교는 현재 '리프트'형태의 개폐교로 구조변경 신청을 한 상태이다.

완공이 되기 전 세빛둥둥섬 내부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다리가 소방차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진입 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의 화재로 공사는 더 지연되었고 공사비는 더 늘어났다고. 부교의 특성상 다리가 둥실둥실 떠내려갈 위험이 있기에 다리는 굵은 밧줄로 세빛둥둥섬 공터와 연결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찍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이런식으로 제한 표시가 되어있고 그 안쪽에 연결된 밧줄이 있다. 실제로 보면 좀 웃긴 모습이다. 세빛둥둥섬은 지난 12일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세빛둥둥섬이 얼마나 어이없는 건축물인지는 이 블로그를 참고. >>>세빛둥둥섬은 거미들의 천국




2부 순서로는 천막 아래 모며 다섯 명의 사람들(왼쪽부터 건축평론가 김일현, 배우 장인섭, 사회자 수유너머R 죠스, 인문학자 신승철, 미술가 박은선)과 모래와 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와 모래에 대한 이야기, 도시와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개인적으로  '모래가 점점 사라질 수록 도시는 발전한다.', '도시와 자연은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우리 세대가 모래를 밟아본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과거에는 모래였던 땅이 현재는 대부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지역의 하천들은 거의 한강을 표본으로 갈아 엎어지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4대강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는데, 세계적인 습지들이 사라지고 자연환경이 무차별하게 파괴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것을 단순히 '개발'이라고 말하고 있다. 4대강 사업 후의 지역 하천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반듯하게 '밀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4대강 사업 전,후 비교 사진 



이야기 중간 중간에는 밴드 '바리케이트 톨게이트'의 음악이 이어졌다.




우리는 세빛둥둥섬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밤이 되자 세빛둥둥섬에 불이 켜졌다. 반짝 반짝 형형색색으로 빛나던 세빛둥둥섬. 재밌는 사실은 평소엔 이렇게 불이 켜진 적이 없다는 것. 반포한강공원을 종종 찾는 나로서도 한번도 불 켜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강사업본부에서는 공연을 미리 알고 있었고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는데, 배려차원에서 불을 켜 준 걸까?^.^ 공연 시간에 맞추어 불이 켜지다니 하여간 재밌는 광경이었다.


<3부: 내성천의 모래, 세빛둥둥섬 앞 공터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성천(현재 4대강 공사중인,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자연하천)의 모래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40년 만에 모래를 만나는 한강변의 땅.



개발의 산물인 세빛둥둥섬과 자연의 산물인 모래가 마주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자니 밀려오는 묘한 기분.





모래가 다 부어지자 오른편의 스크린에서 영상이 상영되었다. 내용은 오래된 뉴스들. 한강이 개발되어 가는 과정들을 순차적으로 담았다.




이어지는 퍼포먼스. 한 남자분이 등장해서 모래 주위를 맴돈다. 모래 위로 올라가 모래를 밟기도 하고 파헤치기도 하고 손에 쥐기도 한다. 다시 내려와 모래를 쥐었다 흩 뿌리면서 퇴장한다.


퍼포먼스가 끝나자 많은 이들이 모래에 다가갔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아 보는 사람도 있었고 각자 준비한 봉투, 물병 등에 모래를 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나눠받았던 종이를 상자로 접어 그 안에 모래를 담았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모래를 오랫만에 느껴보았다. 예전엔 놀이터든 공터 등 모래가 많아 어디든 만지고 밟아볼 수 있었는데, 점점 모래의 공간은 사라졌고 찾기가 힘들게 되었다. 모래든 흙이든 도시 속에 존재한다면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나 화단 밖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모래를 밟는 마지막 세대 일거라는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모래를 우비로 둘둘 감고 옆구리에 낀 다음에 집까지 걸어왔다. 사라지는 모래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약 50분 정도 걸으면서 모래-자연-도시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는 깨끗하고 편리하다. 누군가는 도시를 합리적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는 도시에 익숙해져있고, 동시에 어느 순간 다시금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개발을 뒤쫒고 합리와 실용을 추구하는 동안 진짜 자연은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의 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썩어가는 강과 사라진 습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내성천에서 한강으로, 다시 한강에서 내 방 책상으로 옮겨진 모래는 조금은 차고 조금은 까끌거리며 손 끝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잊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오래 전 익숙하게 느꼈었던 그 감촉이다. 수 많은 모래들이 도심 속의 콘크리트, 보도블럭, 그리고 아스팔트 속으로 매몰되어 다시는 흐를 수 없게 되었다. 흐름을 가두고 자연의 생태를 거스르는 행위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이다. 괜스레 씁쓸한 마음이 이를 데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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