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14, 2012

구민자 외 6명, <두잉doing>, 금호미술관 (2012.6.13-8.31)


"금호미술관은 고정불변하는 미술작품의 개념을 벗어나 미술관 및 관람객과의 상호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통하여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doing>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적인 소재와 유연한 매체로 미술관에 생명력을 선사하는 김형관, 손몽주 작가, 패브릭과 가루, 액체라는 유동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비조각적이고 비건축적인 작품과 공간을 제시하는 주세균과 와이즈건축, 그리고 집과 도시라는 거주지에서 벌어지는 공적이고 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드로잉애니메이션과 설치 등을 선보이는 구민자, 심래정, 마지막으로 밴딩머신을 이용하여 전시에 관재기 넘치는 해석을 관람자에게 제공하는 유목연 작가가 소개됩니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탈주하여 미술관에서 호흡하며 제작된 그들의 다양한 작업은 전시공간을 방문한 관람자들의 심적, 행위적 참여를 일으키며 생생한 오늘날의 예술을 보여줄 것입니다."   >>>전시 작품 및 안내 보기


<유목연, doing전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전시가이드, 2012>

사실 금호는 생각도 안하고 걷고 있었는데, 외벽에 설치된 현수막?포스터? 에 구민자 작가 이름이 있길래 무작정 들어갔다.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컬러풀한 작업이 눈에 띈다. 김형관 작가의 '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이다. 이는 안쪽에 더 이어져 설치되어 있다.

4000원(성인 기준)의 입장료를 내면, 지하1층~3층의 전시를 볼 수 있으며 사진은 자유롭게 촬영 가능. 입장권을 받으면 유목연 작가의 밴딩 머신을 이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코인도 하나 가져갈 수 있다.

유목연 작가의 <'doing'전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전시 가이드> 섹션에는 어릴 적 자주 만져 보았던 오락기기들이 있다. 그 중 메인이 되는 이 밴딩머신에는 작가의 전시 가이드가 들어있다.

<유목연 작가의 밴딩 머신 속 가이드>

이 이미지가 바로 내가 뽑은 가이드. '2008년 8월 8일 네이버 검색 1위는? 유목연' 이라고 적혀있다. 친절하게 '뽑기 악세사리'도 함께 들어있다. 이 뒷장엔 구민자 작가 작품이 설치된 2층 표기와  '우리는 소비함으로 존재한다' 라는 문구가 인쇄 되어 있다.

작가는 이전에 <도시 유목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작업에서, 이번 전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도시 유목의 지침서'를 제시했다고 한다. 뽑기의 형식 이라는 것은 왠지 모를 설레임이 있다. 이를 미술관 안에서 접했을 때에는  그 의미가 좀 더 증폭된다고 본다. 예상하지 못했던 공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받는 기분? 전시의 인트로에 해당 하는 이 작업은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흥미를 유발한다.


<김형관, 만능, 가변크기, 벽, 바닥 위에 반사테이프, 바닥테이프, 테이프, 2012>

김형관 작가의 작업은 오로지 '박스 테이프'로만 이루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입구와 내부 벽면, 바닥에서 작가의 테이핑 설치 작업을 볼 수 있다. 제일 안 쪽에 전시된 작업(위 사진 참조)에는 바닥에 테이프가 놓여져 있어 관람객이 작품에 개입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전시 기간 동안 작품은 계속 해서 변화되어 진다. 작가는  '진행 중'인 과정으로서의 작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김형관, untitled, 180x118cm, colored plastic tape on paper, 2012>

벽면, 바닥의 설치 작업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캔버스 작업도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참으로 신기할 따름. 테이프 특유의 광택과 질감, 색감이 살아있다.


<구민자, 대서양&태평양 상사, 가변크기, 설치, 2011-2012>

2층에 설치된 구민자 작가의 작업. '대서양&태평양 상사'라는 이름은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의 도로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실제 도로를 따라 형성된 가게들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미술관 공간 안에서 다시 진열, 판매된다. 물건 하나하나에는 달러 금액이 표기되어 있고, 벽면 게시판에는 '오늘의 달러 환율'이 적혀 있다. 판매는 전시종료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5시에 이루어진다. 내가 방문한 날은 금요일이어서 아쉽게도 눈으로만 구경.

판매 제품들은 아기자기하고 다양하다. 이 수입품들은 출신 지역의 지역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독특한 제품들에 매료되고 구입을 희망하게 되는데, 과연 우리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이 실체는 무엇일까?


<심래정, 층간소음 설치전경, 2012>

심래정 작가의 애니메이션 설치 작업. 작가는 전시 공간을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이 작업을 쿠션감 짱짱한 에어 매트 위 에서 감상 했다. 이 에어 매트의 작품명은 <눕!> 귀엽기 이를 데 없다. 층간소음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은 반복 재생되고 전시장 위에는 <곰팡이>라는 드로잉이 있다. 길게 늘어진 광목원단에는 <너덜너덜>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데, 천장 누수로 너덜해진 벽지란다. 저 벽지 뒤 쪽에도 작은 설치 작품들이 있다.

섬세하고 소소한 감각이 느껴지는 작업.

<와이즈 건축, 현상풍경, 철제프레임, 튜브, 액체, 설치, 2012>


와이즈 건축의 현상 풍경. 집의 형상을 한 철제프레임에 튜브가 벽면을 이룬다. 영상은 실제로 액체가 흐르고 있는 튜브의 모습. 일반적으로 건축물이라는 것은 단단하고 견고한 벽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 건축물은 아주 유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건축물 속으로 들어섰을 때, 기존의 관념들이 충돌하며 오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손몽주, No Signal, 합성밴드, 공간설치, 2012>

손몽주 작가의 랩핑작업. 작가는 합성밴드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한다. 빛과 바람이 있는 공간에서 검은색 밴드들은 춤을 추고 큐브형 공간은 새롭게 구획 된다. 선이 모인 자리는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면서 관람객을 이끈다. 




그 외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던 주세균 작가의 Notional Flog 작업. 국기들이 늘어서 있고, 모래로 국기를 그리는 작가-모래로 그린 국기를 지우는 작가의 영상이 양쪽에 존재한다. 기호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시는 전체적으로 관객 참여를 유동적으로 이끌고 있다. 작품을 덧 붙혀 만들어 보거나 구매행위를 함으로써 작품에 개입하고, 신발을 벗고 서거나 눕는 행위, 만져 보고 걷는 행위등을 통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느끼게끔 하고 있다. 그래서 전시 타이틀 또한 <doing>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도 쉽고 재미있는 전시가 될 듯.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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