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30, 2012

내 맘 같은 노래

1
밤에 일이 좀 있었다. 화가났고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었으나 그러나 참아야 했고 용납해야했다. 이해도 필요했다. 긴 목욕을 하고 선풍기 바람을 쏘였고 전화통화를 했다. 그나마의 통로마저 없었더라면, 하고 이를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 순간이면 시작하는 청소. 화장대 서랍을 열고 장난감 같은 화장품 케이스들을 하나하나 다 닦았다. 새로운 틴케이스에 그걸 담고 배열을 바꾸었으며 책을 치우고 바닥을 걸레질 했다.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음악들을 골라냈으며 네모난 각티슈를 뜯었다. 사실상 무력함은 변하지 않았으나, 나의 의지로 작은 질서들을 다시 바꿀 수는 있었다. 산란한 마음은 그러한 움직임으로 다소간 진정되기 마련.

2
바닥공기가 너무 더웠는지 어느새 라울이는 빨래 건조대 위로 올라가 몸을 누인다. 너도 참 지치겠다 싶어 새로 찬물을 떠다가 들이밀었다. 보통때면 바로 담아낸 물은 차가워서 먹질 않는데 이녀석이 한참을 홀짝이며 먹는다. 괜히 미안한 마음. 등도 긁적여주고 쳐다보고 있자니 그릉그릉 그르릉. 그 조그만 심장이 쿵쿵 열심히 뛰는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라울이가 날 문다. 알다가도 모를 너의 마음. 알 수 없는 너의 방식. 다만 고양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내 주변의 여러가지것들이 참으로 그렇다고, 부풀어 오른 팔의 자국을 보며 생각한다.

3
감히 말해보기를 세상이 내 맘 같진 않아도 내 맘 같은 노래는 있으니 그게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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