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7, 2012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 〈Double〉, 삼성 플라토미술관 (2012.6.21-9.28)


 
 
 나는 사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지사탕을 보면 사탕이 참 먹고 싶어진다. 사각형의 비닐 위에 사탕을 올려두고 양쪽으로 돌려 감은 그 싸구려 봉지 사탕 말이다. 어릴 적에 사탕을 그려보라고 하면 그렸던 바로 그 모양의 봉지사탕. 대개 사과맛, 포도맛, 딸기맛, 파인애플맛 등 인공과일향이 가미되어 있고 조금만 날이 더워져도 뭉그러져서 이로 앙앙 씹으면 껌처럼 씹혀 사라진다. 그다지 맛은 없는데 어릴 적엔 그런 사탕만 보면 그렇게 여러 개씩을 까먹고 또 까먹고 했었다. 그저 단 것 이라면 좋았으니 그랬을까.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전시에 갔을 때, 지천으로 바닥에 깔려있는 그런 싸구려 봉지사탕들을 보았었다. 사탕은 그의 작업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매체 중 하나인데, 전시장에 있는 사탕은 관람객이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물론 선택에 의해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미술관은 비어진 만큼의 사탕을 다시 채워 넣게 되어있다. 보통은 사탕을 잘 먹지 않지만 봉지 사탕을 보니 갑자기 사탕이 먹고 싶어져 나도 한웅큼 집어 들고 입 속에 넣고 우물거리며 전시를 관람했었다.
 

<"무제"(플라시보)> 설치 광경.

 
 <“무제(플라시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사탕더미는 전체 무게 500kg를 유지해야만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사탕은 관객의 손을 타고 사라졌다가 다시 관계자로 하여금 새로 채워진다. 사탕의 무게가 유지되어야만 이유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영속과 불멸을 나타내고자 하였기 때문. 작품은 사탕이 사라짐으로써 일시적으로 소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라진 사탕들은 다시 채워져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영원히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작가는 사탕 작업 자체를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느끼는 두려움은 에이즈로 투병하다 먼저 사망한 애인의 부재에서, 그리고 역시 에이즈로 투병했던 본인에게 다가오는 죽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여 진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나의 작품은 파괴될 수 없다. 나는 처음부터 이미 그것을 파괴했다.”고 말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짐이라는 개념 자체를 파괴함으로써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사탕은 일시적으로 사라지지만 다시금 채워지기 때문에 사라진다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사라지지 않으니 영원히 존재하며 이것이 작가가 완성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토레스의 사탕을 해석하는 견해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힘 있는 것은 그것이 작가의 삶에 대한 갈망. 나아가서는 사랑 이라는 것이다. 에이즈는 병의 특성상 일정하게 유지해야만 하는 몸무게가 있다고 한다.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줄어든 사탕을 다시 채워 넣어 본래의 형태로 되돌려 놓는 것은 줄어든 몸무게를 다시 회복하여 살고자 하는 절박함인 것이다.
 

<"무제"(로스모어II)>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사탕은 ‘사랑’이 되기도 한다. 먼저 죽어가던 연인을 바라보며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얼마나 바랐겠는가. 몸무게가 줄어가는 그를 보며 그것을 얼마나 되돌려 놓고 싶었겠는가. 전시장에는 “무제(플라시보)”외에도 사탕으로 이루어진 길, <“무제"(로스모어II)> 작품이 있는데 이것은 좀 더, 그가 사랑하는 연인 ‘로스’에 초점이 맞추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탕더미가 유지해야할 무게는 34kg으로, 그가 죽기 직전의 몸무게이다. 로스모어는 그들이 함께 살던 LA의 도로 이름. 초록색 사탕은 그 곳에 있던 잔디를 상징하는데, 그는 연인과 걷던 길을 추억하고 그 잔디밭을 추억하며, More Ross, 그와의 조금 더 긴 시간을 바랬다고 한다. 연인과의 영원을 바라던 그의 사랑은 그렇게 사탕에 비유되어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살아 숨 쉬는 것으로 해석 되고 있다.
 
 
 
 

 당신에게 사탕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당신은 미술관 안에서 만나는 사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흥미로운 사탕 작업은 현재 플라토미술관에서 전시되고있다. 관람료는 3000원, 전시는 9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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