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집까지 시간을 들여 좀 걸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늘상 걷는 길이었다. 그 길을 오랜만에 걷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역시, 걸음이 느려지는 지점이 있더라. 어느 정도 걷다보면 코끝이 그 위치를 알아챈다. 나무 향기가 바람에 그득히 실려 오는 바로 그 지점. 주변의 상황들이 이리저리 제 위치를 바꾸고 나 또한 그에 맞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내는 동안, 그래서 그리 내가 변해가는 동안, 이곳의 이 나무들은 여전히 그곳에 서서 아름다운 달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참을 그걸 보았다. 숨도 한번 크게 들이 쉬어 보고 조금 걷다 뒤돌아서서 또 다시 바라보고, 그랬다. 여전했다. 여전한 것들이 있다는 것에 괜한 위로가 되기도 했고, 그렇다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여전함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2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샤워 후에 마셨다. 별 맛도 없는 과자를 무의식적으로 씹었다. 불쾌했다. 스스로의 감정의 실체가 잡히지 않고 부유하는 느낌이 들어 그랬다. 따지고 보면 기분이 가라앉을만한 특정한 사건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무엇이 그리운지도 모르고 까닭 없는 그리움이 올라와 마음을 굴렸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굴렸다. 마음을 굴린다고 답이 나올까. 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인데.
오늘처럼 이렇게 문득, 갑자기, 불현듯,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일이 참 손에 잡히질 않는다. 정신의 템포는 느려지고 감각만이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는 마구마구 혼란스러워져 버리는 것이다. 그리되면 모든 움직임이 어설퍼지고, 참으로 바보 같아져버린다. 이럴 때면 자주 듣던 음악도 제대로 듣질 못한다. 어느 곡 하나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넘겨버리고, 넘겨버리고. 태도 안에서 불안정한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리라고, 지금의 이 기분이 무색하게 광대뼈가 아프도록 웃을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해보지만, 그런 걸 알고 있음에도. 오늘은 유독 새벽이 더디게 오고 그와 함께 마음이 많이 더뎌진다.
오늘은 집까지 시간을 들여 좀 걸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늘상 걷는 길이었다. 그 길을 오랜만에 걷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역시, 걸음이 느려지는 지점이 있더라. 어느 정도 걷다보면 코끝이 그 위치를 알아챈다. 나무 향기가 바람에 그득히 실려 오는 바로 그 지점. 주변의 상황들이 이리저리 제 위치를 바꾸고 나 또한 그에 맞게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내는 동안, 그래서 그리 내가 변해가는 동안, 이곳의 이 나무들은 여전히 그곳에 서서 아름다운 달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참을 그걸 보았다. 숨도 한번 크게 들이 쉬어 보고 조금 걷다 뒤돌아서서 또 다시 바라보고, 그랬다. 여전했다. 여전한 것들이 있다는 것에 괜한 위로가 되기도 했고, 그렇다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여전함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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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샤워 후에 마셨다. 별 맛도 없는 과자를 무의식적으로 씹었다. 불쾌했다. 스스로의 감정의 실체가 잡히지 않고 부유하는 느낌이 들어 그랬다. 따지고 보면 기분이 가라앉을만한 특정한 사건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무엇이 그리운지도 모르고 까닭 없는 그리움이 올라와 마음을 굴렸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굴렸다. 마음을 굴린다고 답이 나올까. 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인데.
오늘처럼 이렇게 문득, 갑자기, 불현듯,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일이 참 손에 잡히질 않는다. 정신의 템포는 느려지고 감각만이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는 마구마구 혼란스러워져 버리는 것이다. 그리되면 모든 움직임이 어설퍼지고, 참으로 바보 같아져버린다. 이럴 때면 자주 듣던 음악도 제대로 듣질 못한다. 어느 곡 하나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넘겨버리고, 넘겨버리고. 태도 안에서 불안정한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리라고, 지금의 이 기분이 무색하게 광대뼈가 아프도록 웃을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해보지만, 그런 걸 알고 있음에도. 오늘은 유독 새벽이 더디게 오고 그와 함께 마음이 많이 더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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