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17, 2012

후디니개인전, 〈Illegal Art〉, 갤러리토스트 (2012.9.14-28)



후디니, <당신이 최고>,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50F), 2012
 
 
 그림 속 캐릭터들이 죄다 갈매기눈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나를 향해 빵긋 빵긋 웃음짓는 이 그림들 앞에서, 어찌 함께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전시장 전경 @갤러리토스트
 

 9 14일 방배동 갤러리토스트에서 후디니 작가의 전시가 열렸다.

 
 후디니 작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1998년부터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였으며 2002년엔 타투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앨범디자인과 라이브페인팅 등 곳곳에서 여러 가지의 아트웍을 해왔고, 작년부터는 이러한 작업들을 캔버스에 담아내 각종 갤러리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Illegal Art>. 직역하면 불법적 예술이다.

 그는 여태까지의 작업들이 모두 불법이었노라 말한다. 그래피티의 특성상 허가되지 않은 벽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려왔으니 그렇고, 타투 또한 불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 그렇다. 많은 이들이 불법이라 손가락질하고 저급한 문화로 취급하는 이것을 작가는 십 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속해왔다 
 
 
후디니, <APA>, Acrylic on canvas, 72.7X50(20M), 2012

후디니, <희망>, Acrylic on Canvas,  90.9X72.7(30F), 2011
 

 일전의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어떤 일이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하며 열정이 있어야 해요. 특히 그래피티는 열정이 중요하죠. 그래피티는 힙합이면서 비보이고 랩이에요. 그 안에 그래피티가 있어요.” 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좋아하니, 그것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그 긴 시간을 지속해온 것이다. 그리하여 그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언정 그는 그래피티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전시장 전경 @갤러리토스트
전시장 전경 @갤러리토스트
 

 긴 시간 동안 그와 함께 했던 거리의 그림들은 전시공간 안으로 들어와 지극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대중들의 앞에 마주서게 되었다. 불법적인 예술을 기반으로 한 합법적인 전시이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한 맛이 있다. 예술은 이런 식으로 지극하게, 사회제도적 기준 하에 불법과 합법의 경계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후디니, <웃으면서 달리자구>, Acrylic on canvas, 116.8X91(50F), 2012.
 

 그의 작품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어디서든 웃고 있는 갈매기눈. 갈매기눈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이모티콘인 웃음표시 ‘^^’ 를 말한다. 이모티콘에서 기인한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이모티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가 중국에 있을 때 만든 캐릭터로, 낙서나 대화 중 의사나 감정표현을 이모티콘으로 하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그리게 된 것이라 한다.
 

 
후디니, <charles Jang>, Spraypaint on canvas, 72.7X60.6(20F), 2012
 
후디니, <Emorf>, Acrylic on canvas, 25.8X17.9(2F), 2012

후디니, <Mix pop Boy>, SprayPaint on canvas, 90.9X65.1(30P), 2012
 
후디니, <Estro boy>,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50F), 2012
 

 작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만화 속의 심슨, 스머프, 스티치, 가필드, 아톰 등의 캐릭터에 이 이모티콘을 사용하여 그들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보통은 어두운 이미지로 기억하는 해골마저 웃게 만들며 거대한 전설 속 용도 즐겁게 그려낸다. 좀처럼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웃음을 짓게 된다.

 
후디니, <Emoti-bob>, 붓들고 달린다, Acrylic on canvas, 116.8X91(50F), 2012.


 위 작품은 스펀지밥이 갈매기눈을 하고 붓을 들고 달리는 순간을 담았다. 당장이라도 들썩이며 나의 앞으로 달려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이 있다. 아마도 캐릭터에 본인의 모습을 투영시킨 작업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실제로도 작가의 모습은 이모티보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작업은 캔버스에 아크릴, 스텐실, 스프레이 페인트 등의 재료로 이루어지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붓을 들고 즐겁게 달려온 지난 시간들을 엿볼 있다. 또한 다수의 작품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흔히 불법이라 일컫는 그림이 얼마나 밝은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이달 28 까지 방배동 토스트 갤러리에서 이어진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796-4,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후디니, <Manekineko>, Acrylic on canvas, 53X45.5(10F), 2012
 
후디니, <이런개늠이>, Acrylic on canvas, 72.7X60.6(20F), 2012
 

 그래피티나 타투에 대한 당신의 인식은 어떠한가? 당신에게도 이것들은 여전히 불법적인 예술인가? 어떠한 색채로 그려지는가? 작가 후디니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서 불법적이고 저급문화로 취급되는 타투와 그래피티. 내가 하는 그림은 전부 불법이야. 물론 벽에 그리는 그림과, 사람의 피부에 그리는 그림이 캔버스에 그려서 똑같을 순 없지만, 그 느낌을 캔버스에 싣고 싶었어. 어둡고 칙칙한 느낌의 타투와 그래피티. 밝고 즐겁고 해피한 느낌으로 바꿔보려고.” 그의 말 그대로, 그의 작품은 정말이지 <밝고 즐겁고 해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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