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오르자마자 막막한 밀도의 공기를 마시고 그와 더불어 꿉꿉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교통카드를 찍고 으레 '띡'하는 기계음을 듣는다. 비 오는 날은 무엇이든 냄새가 짙어. 꽤 늦은 시간이지만 제법 많은 승객이 있는터라 한 손에 우산을 들고서 통로의 기다란 봉을 잡았다. 바닥을 내려다 본다. 신발끝이 젖었다. 올리브색 신발이 끝부터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는 시간. 여지없이 비를 실감한다.
고개를 들고 뒤편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표정이 없다. 제 손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다. 각자 제 갈길을 가는 귀가길이라 그런가. 대부분 일행이 없이 혼자 묵묵하다. 나 또한 그 중의 한 명이었고. 그러다 보니 통로를 가운데 두고 의자에 앉은 한 연인이 눈에 띄었다. 두명이 앉는 버스좌석에서 여자는 오른편의 안쪽, 남자는 왼편의 안쪽에 앉아 서로의 팔을 뻗어 손을 잡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별 다른 말 없이 그저 빙긋한 얼굴로. 서로에게 느껴지는 편안함이 나에게 전해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또한 사랑스러운 느낌. 연인이 가장 부러워질 때는 누가 멋진 이벤트를 해주었다거나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데이트를 하는 때도 아니고 그냥 저런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다. 담담하게 생활의 한 켠에서 서로를 익숙하게 느끼는 순간들. 특별한 말 없이 행동없이도 그냥 그 사람의 눈에 당연하게 상대방이 보이는 순간들.
연애를 하지 않는 것에 그다지 큰 데미지는 없어서 그런걸 볼 때면 사실 안달이 날 정도는 아닌데, 지나간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좀 서걱거려지는 때가 있긴 하다. 오늘도 약간 그러긴 했는데. 랜덤으로 곡을 듣다가 익숙한 곡이 나와 그 곡을 소리없는 입으로 따라불렀다. 그리고는 기분탓이겠지. 하고 말아버렸다. 평소에는 맥락없이 뒤죽박죽인 곡들이 오늘따라 일부러 짠 듯한 플레이리스트를 선사하는 아이러니. 그러면서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쳤고 몇 명의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올라탔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에 표정이 없었고 귓 속의 음악은 그 모든 풍경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창문에는 아롱거리는 빗방울.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넓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빗물이 고인 까만 아스팔트를 보았다. 비가 불빛을 아름답게 만든다. 짙은 선팅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저 승용차 속 운전자는 이 예쁜 빛을 본 적이 있을까. 그의 얼굴 표정을 상상하며 흔들거리는 몸으로 신호등을 건넜다. 오늘, 비가 오고 밤이 일렁인다.
고개를 들고 뒤편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표정이 없다. 제 손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다. 각자 제 갈길을 가는 귀가길이라 그런가. 대부분 일행이 없이 혼자 묵묵하다. 나 또한 그 중의 한 명이었고. 그러다 보니 통로를 가운데 두고 의자에 앉은 한 연인이 눈에 띄었다. 두명이 앉는 버스좌석에서 여자는 오른편의 안쪽, 남자는 왼편의 안쪽에 앉아 서로의 팔을 뻗어 손을 잡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별 다른 말 없이 그저 빙긋한 얼굴로. 서로에게 느껴지는 편안함이 나에게 전해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또한 사랑스러운 느낌. 연인이 가장 부러워질 때는 누가 멋진 이벤트를 해주었다거나 아름다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데이트를 하는 때도 아니고 그냥 저런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때다. 담담하게 생활의 한 켠에서 서로를 익숙하게 느끼는 순간들. 특별한 말 없이 행동없이도 그냥 그 사람의 눈에 당연하게 상대방이 보이는 순간들.
연애를 하지 않는 것에 그다지 큰 데미지는 없어서 그런걸 볼 때면 사실 안달이 날 정도는 아닌데, 지나간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좀 서걱거려지는 때가 있긴 하다. 오늘도 약간 그러긴 했는데. 랜덤으로 곡을 듣다가 익숙한 곡이 나와 그 곡을 소리없는 입으로 따라불렀다. 그리고는 기분탓이겠지. 하고 말아버렸다. 평소에는 맥락없이 뒤죽박죽인 곡들이 오늘따라 일부러 짠 듯한 플레이리스트를 선사하는 아이러니. 그러면서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쳤고 몇 명의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올라탔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얼굴에 표정이 없었고 귓 속의 음악은 그 모든 풍경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창문에는 아롱거리는 빗방울.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넓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빗물이 고인 까만 아스팔트를 보았다. 비가 불빛을 아름답게 만든다. 짙은 선팅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저 승용차 속 운전자는 이 예쁜 빛을 본 적이 있을까. 그의 얼굴 표정을 상상하며 흔들거리는 몸으로 신호등을 건넜다. 오늘, 비가 오고 밤이 일렁인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