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31, 2012



1
버스. 혹은 지하철로 한강 위를 지날 때면 고개를 쑥 빼들고 창을 통해 밖을 본다. 해가 떠 있을 시간이면 강물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이 반짝임이 너무 황홀해서 언젠가 한번은 <한강을 지나는데 빛에 닿은 강물이 너무 예쁘다>며 누군가에게 갑작스러운 연락을 했던 적도 있다. 아쉽게도 그에겐 그게 별 감흥이 없어보였지만, 나는 그 풍경이 너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2
혼자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넜던 밤이 있다. 터덜터덜 운동화를 신고서 앞을 보다가 다리 아래 한강 물을 구경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이들을 위해 몸을 비켜주기도 했다. 내 오른편엔 말 없는 강이, 내 왼편엔 자동차들이 열심히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자동차 불빛은 번잡했고 먼 곳, 건물의 빛은 요란했다. 
모든 것이 나를 스치고 빠르게 지나갔다. 무언가 굉장히 서러웠던 날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밤의 강은 고요했다.

3
한강이 없었으면 서울은 훨씬 더 답답한 공간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꾹꾹 들어 찬 땅 위에 트여진 숨 쉴 구멍 같다고 할까. 바다에 비할바 있겠느냐만은 그 트인 공간이 제법 위로가 되어주고는 한다. 깊고 깊은 물을 가득 담고 조금씩 흘러가는 걸 보며 나도 잠시 템포를 늦춘다. 한 낮의 한강은 황홀하고 밤의 한강은 묵직하다. 가끔은 한강에 크게 빚을 진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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