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8, 2012
데코레이션
조화는 어쩐지 건조한 느낌이 들어 싫어한다. 살아있지 않으면서 살아있는 것을 흉내낸다. 색도 질감도 조악하기 그지없으나 많은 이들이 조화를 찾는다. 이는 여느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는데 장식용 조화는 나름의 인테리어가 되어 어떠한 향기도 내지 않고 무뚝뚝하게 들어앉아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공간의 건조함이 그대로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는 느낌. 잎에 물기 하나 머금지 않은 그것이 나의 마음에 모래밭을 만든다.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허전한 공간을 마치 아름다운 듯 꾸미고 있으니 덕분의 공간의 허전함이 더욱 더 도드라진다. 아무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는데도 덩그라니 거기 놓여 있다. 아무도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지만 거기에 있다.
꽃을 손질해 꽃병에 꽂는다던가, 아니면 화분에 물을 주고 잎을 관리 해준다거나, 뭐 그런 수고로움과 맞바꾼 데코레이션이다. 수고로움의 이유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거늘. 어떨 때는 그럴거면 하질 말지 하는 삐딱선이 타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는 건 이유가 있겠지.
어쩌면 조화의 존재 이유는 그것이 예뻐서도, 적절한 배치여서도 아니고, <나는 이 곳을 꾸며냈다>는 자기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위안은 달콤하지만 그 달콤함에 취해 있다간 배만 부르고 말겠지. 그러고 보면 이거, 꼭 조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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