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얼마 자라지 않은 손톱을 잘라냈다. 예전부터 손톱은 얌전히 기르질 못하는 성격이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접어 세우고, 한쪽다리는 눕혀두고 아주 느긋한 자세로 휴지 위에 손톱을 깎아냈다. 기분 탓인지 손톱깎이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깎인 손톱을 건드리다보니 영화 <혜화,동>에서 혜화가 손톱을 자르던 장면이 떠올랐다. 극중에서 혜화는 잘린 손톱으로 미약하게 자신의 피부를 해한다. 그 장면을 보고 좀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 속 배경이 딱 이런 겨울이었다. 하얀 입김이 보이는 겨울.
건조해진 손 끝과 거스러미들을 매만지며 멍하니 몇 분을 보냈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이러한지 알아내고 싶었으나 명확히 잡히는 단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거칠게 일어난 손톱 밑 피부를 지겹도록 관찰했다. 여전히 내 손은 못생겼다. 하루종일 많은 일을 하는 고마운 손이지만, 내 손을 보면 항상 그냥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생김 느낌이 나랑 좀 닮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손을 늘 못살게 굴고 잘 돌보지 않는다. 그런걸 생각하면 나는 좀 못됐다.
아까 어느 즈음엔가 오른쪽 손등에 긁힌 상처가 났다. 피가 약간 비쳤고 쓰라졌다. 왜 생겼는지 모르겠는 상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 상처를 발견했다. 그 때 상황이 별로 좋지가 않았는데, 이걸 다시 보니 아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흔적은 이렇게 툭하고 사람을 건드린다. 별 것도 아닌것이. 통하지 않는 대화는 정말 힘겹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의 속성이 다름을 알게되는 것은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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