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년전쯤, 정말 이보다 최악인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 시기에, 나는 내가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무뎌지고 덤덤해질 줄만 알았다. 그 이상 예민할 것도 우울할 것도 없었기에. 허나 지금의 나는 더욱 더 날카롭고 바스라질듯한, 극심한 감정들에 시달리고 있다.
2
며칠 전, 너무나 예쁜 얼굴을 하고 한없이 기쁘게 웃으며 술을 나누던, 그이들의 눈짓을 보면서 왁자지껄한 그 공간안에서 혼자 눈이 뜨거웠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십년 후를 이야기하는 그것들이 몽롱한 꿈과 같이, 그 모든 웃음소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이, 훅- 하고 날아들었다.
기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나는 절박함에 슬퍼진다.
3
고운 빛의 장미꽃들을 포장지에서 꺼내어 가지 끝을 비스듬히 자르고, 얇고 기다란 유리병에 물을 담아 꽂았다. 시들었던 잎들이 다시금 되살아 났다. 꽃잎은 이제 다시 흐드러지게 피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후엔 하나 둘 떨어짐을 맞을 것이다.
4
익명의 외로움들은 비정형의 방향성을 가지고 곳곳에 흐르나, 나는 너-의, 너는 나-의, 해소가 되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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