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7, 2010

사소한 취향

1
손톱은 언제나 바짝 깎는다.
왠지 새삼스러워 메니큐어는 바르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생각한다.

여름이면 들이는 봉숭아물을 좋아한다.


2
 가끔씩 심심해지면 지갑을 꺼내두고 그 내용물을 하나하나 다 꺼내본다. 특별한 건 없다. 많지 않은 지폐들과 체크카드, 신분증, 도장찍는 쿠폰, 이런저런 영수증들.

 이름이 마놀린으로 바뀐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전 이름인 칸타타로 부르는 학교 앞 커피집 쿠폰, 케익이 맛있는 종로뎀셀브즈 쿠폰, 닉네임이 '영조'인 머리해주는 선생님 명함, 아이폰 보호 필름 부착점인 S토핑 카드, 한번 가보고 맘에 들었으나 그 이후로 갈 일이 없는 스터디카페 명함. (1인 이상이어야 이용 가능하다고 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 쿠폰, 그 위에 붙은, 공들였지만 실패한 프로젝트의 홍보 스티커, 24시간 진료하는 병원의 명함, 얼마전 보았던 영화의 티켓 세장과 ABC마트 할인 쿠폰-이건 오래비가 생일 선물로 준 노란색 운동화 속에 함께 있었다-, 얼마전 입원 했던 병원에서 손목에 감았던 팔찌.

 사소한 움직임의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는 이런 것들을, 다시 들춰보는 일은 재밌다. 지갑은 자신의 이야기, 혹은 취향, 혹은 성향을 선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


 오늘, 당신의 지갑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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