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부를만한 이름
무지막지하게 어둡고 또한 깊은곳이었다. 공기는 이미 오래전에 식어져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이전부터 그곳에 주저 앉아있었던 것 같다. 느끼지 못하고 있던 무거움이 어느순간 내 몸을 휘감았다. 그것은 나를 잔뜩 움추려 들게하였고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주변을 둘러볼 수 조차 없이 나는 굳어졌다. 나를 감싸고 있는 불투명하고 탁하고 짙은 색의 풍경은 날 숨 쉬는 것 조차 버겁게 만들었다. 단단하고 묵직한 돌맹이 하나가 삼켜진듯 가슴이 욱씬 거렸다. 어쩌면 정말로 나는 돌 하나를 삼켜버린 걸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나에게 느껴지는 것이 실재인지 관념 속 허구 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사고는 명확하지 않았고 흐렸으며, 아무런 조금의 행동도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모든 상황이 두려웠고 겁이 났다. 누군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간절히 부를만한 이름이 없었다. 그 '이름'이라는 것의 존재성은 너무도 희미한 것이어서 잔뜩 눈물이 났다. 두 다리를 모아 세우고는 두팔로 다리를 감싸 조용히 웅크렸다. 나는 점점 더 나를 붙들고 나의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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