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30, 2011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p12
 두번째 주 그녀는 다시 그림을 그리려 시도했다.
그러나 어설픈 구상이 고작이었고, 때로는 줄 하나 긋지 못하는 적도 있었다. 마침내는 온몸이 떨려 붓을 물감통에 집어 넣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소리질렀다.
 「그래 맞아. 나는 깊이가 없어!」


p16
 돈이 떨어지자, 그 여인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부 구멍내고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는 텔레비전 방송탑으로 올라가 139미터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이날 바람이 몹시 거세게 불었기 때문에 그녀는 탑 아래 타르 포장된 광장에 떨어져 으스러지지 않고, 넓은 귀리 밭은 가로질러 숲 가장자리까지 날려가 전나무 숲속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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