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5
파괴하는 행위는 내게 꼭 어울렸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었지만 <파괴>라는 말 속에서 나는 말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말굽이란 내 애마의 두 다리이자, 바로 내 두 다리였다. 엘레나는 자신을 위해서 내가 나 자신을 파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림으로써 나 스스로 내 존재를 으스러뜨리기를 원하고 있었다.
p174
실수란 알코올과도 같다. 지나쳤다는 것을 이내 깨닫지만, 그쯤에서 절제의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하는 대신 근본적으로 취기와는 상관없는 일종의 분노 때문에 끝장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그 분노를 자존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으리라. 술마시는 것이 옳고, 실수하는 것이 옳다고 어떻게 해서든지 주장하고 싶은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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