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3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에 있는가. 내 생각은 하지 않을까. 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 전화가 울려주길 숨이 막히도록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전화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이 순간을 넘길 수가 없다. 이대로 꼼짝도 할 수가 없다……. 내가 당신 생각을 할 때 당신도 나를 생각할까.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막막하지는 않을 것이다.
p51
뭔가를 원하는 순간, 의지를 갖는 순간의 긴장과 구차함이 견딜 수 없이 싫다. 욕망을 갖기 시작하면 하나에서 열까지 필요한 것 투성이다. 갖추려들기 시작하면 마음은 들끓고 몸은 분주해지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나날은 위축되고 누추해질 것이다. 그런 것이 싫다면 침대하나도 원하지 말아야 한다. 되는 대로 되라지. 언제까지 패드 한 장만 깔고 딱딱한 바닥에서 자게 된다 해도 저항하지 말 것.
우리가 서로 사랑하려 한다면, 마음이 가난해져야 한다.
p67
열정에 취했을 때 여자들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남자들이 명심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스커트를 들어올리기 전에 먼저 나를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길. 사실은 나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고, 하루 종일 내 생각이 떠나지 않아 집을 떠멘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고. 매번 내 집 앞을 지나치고 그때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고 싶었다고, 나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고, 이젠 못 헤어진다고…….
p173
때가 되면, 사랑도 저 홀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말이 사랑을 위로하고, 저 혼자 흘러가게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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