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 2011

웨하스 의자 / 에쿠니 가오리

p134

 나의 애인은 내가 아름답다고 한다.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더 이상 1밀리미터도 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완벽하니까, 라고. 속눈썹 숫자 하나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착각하게 할 수 있을까.
 

p143

"부족한 거 없어."
나는 말했다.
"당신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애인은 미소를 띠고,
"그거 다행이로군."
하고 대꾸했다. 내 안에서, 설명이 안되는 위화감이 생겨나고, 나는 하마터면 웃어버릴 뻔한다. 아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몸을 비틀어, 애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사랑해"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
라고 말했다. 똑바로, 성실하게.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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