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 2011

반짝 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p106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필사적인 얼굴이라, 수긍하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당당하던 옆얼굴이 볼품없이 일그러져 있다. 하얗고, 조그맣고, 연약하다. 다림질을 하러 침실로 들어가는 쇼코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녀를 궁지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은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너무 슬펐다.

 
p125

 "무츠키, 은사자 얘기 알아?"
 홍차에 럼주를 몇 방울 떨구면서 쇼코가 말했다.
 '그거, 피하고 살이 어쩌구 하는 얘긴가.'
 쇼코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니, 라고 말한다. 아니, 전설이야.
 '어어, 그래, 전설이야.'
 나는 안심하여 럼이 들어 있는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그럼 어디 얘기해봐, 라고 나는 말한다. 어떤 얘긴데.

 쇼코의 설명에 따르면, 몇십 년에 한번 온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흰사자가 태어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한 사자인 모양인데,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터라,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말이지.'
 라고 쇼코는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 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 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말투로 쇼코는 그렇게 말했다.

 추위와 더위때문에 죽어가는 초식성 사자?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쇼코가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무츠키들 은사자같다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라고 말했다.

 나는 낭패한 기분이었다. 무츠키들이란 즉, 나와 곤과 카키이와 카지베 씨를 말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면서,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쇼코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홍자를 꿀꺽꿀꺽 단숨에 마시고, 다른 한 잔의 홍차를 화분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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