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9, 2012

전시 철수. 작품들은 다시 포장되고 이리저리 새로 설치되었던 가벽이나 붙어있던 글이 모두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잔인한 4월을 선물해준 전시라 생각될 만큼 진행과정 모두가 참으로 고되어서 전시일정이 끝나면 개운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너무도 서글프다. 우리는 거의 한 달을 주기로 전시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매 달 철수날 마다 이리도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은 특히 더 서글퍼. 그냥 서글픈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쩔줄을 모르겠다.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져 포장재 위에 가만히 누워있고 설치물들이 하나하나 쌓여져 그 모습이 희뿌연데, 가벽들이 부서지고 폐기물이 되는데, 나는 그게 참. 그게 참 그렇다. 작품들은 다른 곳에 잠시 보관되었다가 약 한 달 후쯤 다시 또 다른 곳으로 간다. 그동안 부디 손상없이 잘 보존되기를. 내 손을 떠나니 온갖 걱정이 다 든다. 곱게곱게 품에서 기른 자식 혼자 내보내면 이런 기분들려나. 날마다 손 끝으로 눈으로 매만지던 작품들도 이제 안녕이다.

함께 해준 작가분들, 전시 덕분에 평소보다 더 수고스럽게, 많이 고생한 우리 직원들, 서로 예민해져서 날카롭게 대하고 채근할 수 밖에 없었던 모 기업의 하위팀들.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내일이 되면 완벽히 텅 비어버린 전시장을 볼테고 온 마음으로 헛헛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레가 되면 새로운 작품을 다시 만나겠지. 떠나고 다시 만나는 그 지점의 여백에 서서 나 혼자 울컥대고 있다. 오늘은 잠 잘 못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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