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철수. 작품들은 다시 포장되고 이리저리 새로 설치되었던 가벽이나 붙어있던 글이 모두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잔인한 4월을 선물해준 전시라 생각될 만큼 진행과정 모두가 참으로 고되어서 전시일정이 끝나면 개운할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너무도 서글프다. 우리는 거의 한 달을 주기로 전시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매 달 철수날 마다 이리도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은 특히 더 서글퍼. 그냥 서글픈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쩔줄을 모르겠다.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져 포장재 위에 가만히 누워있고 설치물들이 하나하나 쌓여져 그 모습이 희뿌연데, 가벽들이 부서지고 폐기물이 되는데, 나는 그게 참. 그게 참 그렇다. 작품들은 다른 곳에 잠시 보관되었다가 약 한 달 후쯤 다시 또 다른 곳으로 간다. 그동안 부디 손상없이 잘 보존되기를. 내 손을 떠나니 온갖 걱정이 다 든다. 곱게곱게 품에서 기른 자식 혼자 내보내면 이런 기분들려나. 날마다 손 끝으로 눈으로 매만지던 작품들도 이제 안녕이다.
함께 해준 작가분들, 전시 덕분에 평소보다 더 수고스럽게, 많이 고생한 우리 직원들, 서로 예민해져서 날카롭게 대하고 채근할 수 밖에 없었던 모 기업의 하위팀들.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내일이 되면 완벽히 텅 비어버린 전시장을 볼테고 온 마음으로 헛헛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레가 되면 새로운 작품을 다시 만나겠지. 떠나고 다시 만나는 그 지점의 여백에 서서 나 혼자 울컥대고 있다. 오늘은 잠 잘 못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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