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홍이는 역시 초췌하다. 생활 전선에서의 피로의 빛이 그 얼굴에 여실하였다.
"네눔 하나 보구져서 서울 왔지. 내 서울 뭘 하러 왔다디?"
"그리게 또 난 이렇게 널 찾어오지 않었니?"
"너 장가 갔다더구나."
"얘, 디끼 싫다, 그 육모초 겉은 소리."
"안 갔단 말이냐, 그럼?"
"그럼."
당장에 목침이 내 면상을 향하여 날아들어왔다. 나는 예나 다름이 없이 못나게 웃어주었다.
술상을 보아 왔다. 나도 한 잔 먹고 금홍이도 한 잔 먹었다. 나는 영변가를 한마디하고 금홍이는 육자배기를 한마디했다.
밤은 이미 깊었고 우리 이야기는 이게 이생에서의 영이별이라는 결론으로 밀려갔다. 금홍이는 은수저로 소반전을 딱딱 치몀서 내가 한 번도 들은 일이 없는 구슬픈 창가를 한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버려라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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