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2, 2012

진중권, <정재승+진중권 크로스>

p18

 상품을 통해 특정 계층에 속한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을 장 보드리야르는 '파노플리 효과'*라고 불렀다. 피에르 부르디외라면 이를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기 위한 '구별 짓기'로 설명할지 모르겠다. 시뮬라시옹의 세계에서는 허구 자체가 세계가 되는 법. 허구로서의 커피, 서사로서의 커피가 오늘날에는 이미 에스프레소의 진한 액체만큼 진한 물질적 현실이다.
대중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다. 생산과 소비의 물질적 모델은 산업사회에 속하는 것. 그것에 대한 정보사회의 모델은 비물질화 혹은 재물질화, 다시 말해 물질이 아닌 브랜드 그 자체, 혹은 물질의 디자인과 결합된 브랜드일 것이다.

*파노플리 효과 Effet de panoplie
: 파노플리란 '집합(set)'이라는 뜻으로, 판지에 붙어 있는 경찰관 놀이 장난감 세트처럼 '동일한 맥락의 의미를 가진 상품의 집단'을 말한다. 어린아이가 경찰관 놀이 세트를 사용하면 마치 경찰관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파노플리를 이루는 상품을 소비하면 그 것을 소비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집단에 소속한다는 환상을 주는데,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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