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11, 2012

요시모토 바나나, <하드보일드 하드럭>

p127

「옛날에 읽은 어떤 책 속에, 길모퉁이에서 아주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죽을 때에도 그 음악이 흐른다는 내용이 있었어. 주인공이 어느 화창한 오후에 길을 걷고 있는데, 건너편 레코드 가게에서, 이루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와서, 그는 앉아서 그 음악을 들어. 그의 정신적인 스승은, 인간 생활의 어떤 측면에든 죽음이 현재한다는 증거라고, 그의 운명이 그에게 보여준 증거라고 말하지. 그가 세상을 떠날 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트럼펫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지」
그는 말했다.

「나도 그런 경험 한 적 있어요」
나는 말했다.

「어느 겨울 오후에, 아까 그 카레집에 있었어요. 혼자서 챠이를 먹고 있었죠. 유선 방송에서 레게 음악을 틀어줘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레게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어요. 그런데 그중의 어떤 곡이, 내 머리에 선명하게, 번개처럼 파고들었어요. 여름방학에 대해서 남녀가 노래하는 곡이었어요. 그거랑은 별 상관도 없고, 시덥지 안은 노래였는데, 내 머릿속으로 직접 울려 퍼지는 거예요. 겨울이었는데도, 나의 머리는 한여름의 햇살로 가득해졌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죠. 나는 여름날 오후에 죽으리라는 것을. 확신했어요. 정말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 걸 거야」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