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_ 이지원
인간극장이나 각종
드라마에서는 수 많은 갈등이 나타난다.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찻잔을 깨뜨리거나
물을 쏟는다. 그러한 과정에서도 그들의 뒷배경 에는 가족사진이 온화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덩그라니 놓여있는 사진 속에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행복하게 웃으며 그럴 듯하게 연출된 그들의 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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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효선_ I am your father 4 91.0 X 116.7 Oil on canvas 2012 |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전혀, 가족사진>이다. 주로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낱말과 함께 쓰이는 ‘전혀’라는 부사는 ‘가족사진’이라는
일련의 사건과 만나, 진효선 작가의 작품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이러니함은 이번 타이틀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전시를 가늠해 보게 한다.
어느 날 작가는
사진관 쇼윈도 앞에서 가족사진을 바라보던 중, 그들의 사진을 완전히 제 3자의 입장으로서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전혀 가족사진> 시리즈는 그녀의 개인사를
비롯한 사회적인 질서와 통념이 뒤섞인 형태로 나타난다. 분명히 가족사진이지만 그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은, 어딘가 기묘한 가족사진이다.
여기서 아버지로 나타나는 대상은 영화, 다큐멘터리 등 각종 미디어들이 만들어내는 상징적인 아버지의 아이콘이다. 지나치게
부성애가 강조되거나 부성애로 시작하지만 개인적인 욕망을 발화시키는, 하지만 어쨌거나 멋진 아버지로 피상
되는 대상인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의 부재는 아버지라는 역할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였고 그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 하여, 작품에 나타나는
부성의 아이콘화는 단순히 가족사적인 아버지의 부재라기보다는,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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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효선_ 10 Daughters 116.7 X 72.7 Oil on canvas 2012 |
이와 함께 화면
속에서 인물의 머리를 대체하고 있는 사탕은 무수히 복제되어서 실제의 존재유무를 판단할 수 없게 되어버린 무언가를 상징한다. 누구 말처럼 곱고 반듯하게 자라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기업에 취직하여 누구에게든 자랑할만한 사람이 되는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실제 본인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 간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막상 그 무언가에 도달하자, 본인의 모습은 남지 않고 덩그러니 보기 좋은 겉모습만이 남았다.
작가의
작품에는 그러한 사탕들이 무수하게 나타난다. 정체성은 사라지고 텅 빈 기표만이 남아있는 사탕들. 그 표면이 너무 반질거려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그것은 사람의 머리를 대신한다는 점도 기묘하지만, 과도하게 잘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못내 불편하게 만든다.
진효선_ Happy birthday 90.9 X 60.6 Oil on canvas 2010 |
이 수 많은 사탕들과
듬직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우리는 무의식 중에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사탕이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사탕은 앞, 뒤, 좌, 우가 없다. 단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그러한 질서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 어쩌면 우리는 으레 정면을 바라보게끔 무언의
강요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시선 속의 사탕은 과연 어느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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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효선_ Blue 씽씽car 33.4 X 45.5 Oil on canvas 2010.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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