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17, 2012


요즘 국내에서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갖는 애매한 정체성과 각자의 해석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결단코 갤러리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큐레이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연다고 해서 큐레이터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본인들의 입장차이는 존재할 수 밖에 없겠고, 개개인의 인식과 주장들이 충돌하고 속 안에서 뒤틀리는 것을 보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오늘 학부시절 모아두었던 자료를 다시 들춰보고 그 당시에 친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급작스럽게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 때의 그 친구들은 현재의 삶을 어떻게 느끼고 살까. 별 일이랄게 없고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삶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바닥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추궁을 해온 며칠이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늘의 이 글은 나를 많이 울리고 만다. 여전히 난 많은 걸 알지 못하고 새파랗게 어린데다가 괜한 욕심으로 몸을 들끓이고 있다.

"나에게 큐레이팅이란 작가,작품, 나 사이의 예술적 대화가 3차원 공간에서 독창적으로 귀결되는 주체적 과정이다. 큐레이팅은 단순히 전시를 매개하거나 중재하고 전시설명자가 되는 보조 역할이 아니다. 때문에 전시 진행을 위한 행정적 중개, 각종 문서 처리와 도록 제작, 홍보 관리 정도로 영역을 제한당하거나 단지 그 정도 수행능력으로만 역할이 평가되는 것은 큐레이터로서의 정체성에 큰 위기감과 피로감 그리고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중략) 우리는 온전히 미술을 위한 삶을 갈망한다." ㅡ김현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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