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9, 2013

아트놈 개인전, <가화만사성>, 토스트갤러리 (2013.4.12-5.5)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날
이지원


꽃과 나무와 애벌레가 생동하는 푸르른 봄을 바탕으로, 한 가족이 등장한다. 주인공 아트놈과 언제나 그의 옆을 지키는 가지, 천방지축 강아지 모타루의 모습이다. 이들은 늘 활짝 웃거나 미소짓거나, 행복한 기운을 전달한다. 그들 곁에 생기발랄한 오브제들이 함께 봄을 맞으며 춤을 추고 있다. 아트놈 작가의 이번 전시 타이틀은 <가화만사성>. 가화만사성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모든 것이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에게 가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친구가 좋았고 애인이 좋았던 아트놈이지만 이제는 가족과 함께 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누구나 ‘가족’을 경험하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믿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무엇보다 든든하고 감사한 일이다. 작가는 그런 감성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아트놈, 세상만사, 91.0x72.7cm, Acrylic on Canvas, 2013

아트놈, 아트놈,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아트놈, 꽃밭에서,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전시의 메인이 되는 <가화만사성> 작품 속에서 아트놈은 웃고 있다. 그 옆에 가지는 살포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상상한다. 그들의 세계에는 민화 속에 등장하는 산도 있고 나무도 있고 새도 있으며, 우물, 집, 닭, 애벌레, 심지어 유에프오까지도 등장한다. 복작거리며 존재하는 요소들은 모두 생명을 품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이다. 생동감 있게 아크릴 물감으로 흐르듯 그려낸 그림들은 붓이 닿는 순간 하나의 생명으로 살아난다. 그리하여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제목의 뜻처럼, 작품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서로 어우러진다. 작가는 작품의 의미를 한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떠한 계산도 없다. 그저 현실의 잣대에서 벗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상상을 하다보면 상상속의 아트놈이 진짜가 되고 진짜 아트놈은 상상속의 아트놈이 된다. 그러면서 때로는 구름위에 앉아 곰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상큼한 벽지가 발려진 집 안에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림은 작가의 유희적 도구이자, 휴식의 공간이 되어간다.




아트놈, 가지,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아트놈, 가지,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상향을 표현하는 작가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됐다.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고, 흙을 만지고 꽃을 마주하던 날들. 그 시절에는 어떤 어려움 속에 있더라도 일상의 즐거움이 넘쳐났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어느새 화면 속에 그때의 기억들이 펼쳐진다. 그래서일까. 아트놈의 작업은 풍만한 낙천성을 품는다. 세상과 인생을 즐겁고 좋은 것으로 여긴다는 뜻의 ‘낙천’은 그의 작업 곳곳에서 나타난다. 본인이 그릴 때 좋은 그림. 그래서 그 좋은 기운이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행복한 그림. 예전에 그에게서 본인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인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살아있는 생명이 내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그랬듯 나도 그림 앞에서 이들과 함께 꿈꾸고 상상하고 웃어본다. 오늘의 행복은 이 그림에서 왔다. 이제 나의 몫은 이 행복을 또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 그래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날을 꿈꿔본다.



 
아트놈, 나의 집,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아트놈, 가지, 91x116.8cm, Acrylic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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