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 2013

윤서희 개인전, < ONE하다 >, 갤러리페이지 (2013.5.1~5.31)




전 시 명: 윤서희 첫번째 개인전 <ONE(원)하다>
전시기간: 2013. 05. 03(금) ~ 05. 31(금) 
오 프 닝: 2013. 05. 03(금) 오후 6시
전시장소: 갤러리 페이지 (서울시 서초구 방배본동 796-29번지) 



씨앗 하나, 머지않아 숲
이지원

아이가 생기면 부모는 뱃속의 아이가 다만 열 손가락이 무사하게,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세상에 나오면 어디 하나 다칠까 마음을 졸이며 품에 안는다. 아이가 자라면 하나씩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시키지 않아도 청소를 잘했으면 좋겠고,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늘어난다. 쓸데없이 게임 같은 것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한 부모의 바람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아이들은 힘겹다. 그들은 점차 집이 아닌 밖으로, 정해지지 않은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부모는 헛된 희망을 갖고, 마침내 서로는 다른 곳을 향한다.

뉴스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초등학생이 부모를 살해하거나, 중학생 아이들이 또래 아이를 따돌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고등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한다. 취직에 실패하고 사회에 불만을 품은 청년이 이유없이 길에 나와 모르는 사람을 해한다. 그런 뉴스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진다. 아니,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무덤덤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가해자들은 세상의 지탄을 받는다.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춰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그 가해자들이 정말 '가해자'일까? 사회는 아무런 죄가 없을까? 오히려 최초의 본질적 가해자는 그들이 아닌 '침묵의 가정'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사회의 문제는 대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정말 실제로도 가족들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다. 대화가 없고, 오해가 자라, 마음이 비뚤어진 이들은 세상과 대립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그런 단절들을 그림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윤서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이번 전시의 제목은 <ONE하다>이다. 작가는 대립하는 것들이 하나(ONE)가 되기를, 그리고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소망(願:원할 원)에서 전시를 준비했다. 

작가의 화면 속에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대립할 수 없는 것들의 공존, 그리고 우리의 꿈들이 담겨있다. <원이네이야기>에는 처녀시절 모델이었던 엄마와 그녀의 딸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임신을 미루고 미루다 아이를 갖게 되었다. 꿈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 아이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델'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기준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순수한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여전히 멋진 모델이며,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하와이안 커플>에서는 박근혜와 김정은이 손을 잡고 있다. 사상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두 아이콘들. 그들도 작가의 그림안에서는 손을 잡고 하나가 된다. 으르렁 거리며 대치하지 않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그림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그림으로 담겨졌기에 현실로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작가는 하루하루 꾸준한 손드로잉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옮겨냈다. 그림속에는 실제 주변 가족들의 이야기, 화제의 아이콘들을 담았다. 바라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그림에는 모두 에피소드가 있다. 어떻게 보면 다분히 일상적인, 평범한 행복들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그러한 작은 행복부터 찾아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순수한 마음을 되돌려 보았으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꿈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냈다. 그녀의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사람이라면, 달라진 작업스타일이 다소 낯설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따뜻함을 이야기하고자-모험일 수 있는-변화를 시도했다. ‘내가 꿈을 꾸면 내 아이가 꿈을 꾸고 내 아버지, 어머니가 꿈을 꾼다. 그것이 점차 확대되면 전 사회가 꿈을 꾼다.’는 작가의 바램처럼, 그녀는 그림이 꿈의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퍽퍽하고 삭막하다는 삶 속이지만, 그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아마도 그 꽃의 씨앗은 그림이 될 것이고, 꽃은 하나 둘씩 피어 정원이, 머지않아서는 숲이 될 것이다. 언젠가의 숲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꿈을 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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