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4, 2013

날이 밝고 택시에 실려 들어가는 길.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8차선도로를 비틀거리며 걷는 한 남자를 본다. 저 이도 왁자한 술자리에 자리하다 들어가는 길이리라. 몸을 가누지 못할만큼 마신 술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을테다. 그 이야기들이 알맹이가 있던 없던 간에, 함께 나누는 이가 있음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때때로 버티는 순간들이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나 또한, 그리고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택시의 라디오를 통해 오랜만에 듣는 노래는 열다섯의 나를 생각하게 했다. 그 때는 저 노래를 참 열심히 불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집앞에 도착했고 나는 카드를 너무 빨리 찍었다. 그 바람에 택시 아저씨를 화나게 했지. 머리가 길어 뒤로 질끈 동여맨 기사님이었다. 다시 택시요금을 계산하게 하는 번거로움에 나는 잠시 죄인이 되었다. 그치만 그것도 한 순간이다.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하늘이 더 푸르러지고 있었다. 터벅거리고 걷는 걸음이 무겁기도, 능숙하기도 하다. 한 달 전쯤에 볕이 안드는 방을 피해 수선화 화분을 내어 놨는데, 골목 앞 다른 이의 뜰에 놓인 수선화가 계절을 지나며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꽃이 남지 않았다. 대신 봄이 지나는 여름의 향이 나기 시작이다. 풀냄새가 나고 라일락의 향이 희미하게 난다. 오늘 나는 조금 부끄러웠고 고마웠고 마음이 울컥한다. 한 순간이 지나고 다른 사람은 알지 못 할 추억이 남았다. 조용한 방 한 가운데 멋대로 던져놓은 외투가 흐물거리고 팔찌가 뒹굴며 논다. 냉장고가 윙윙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를 내고, 나는 그제야 자야겠다, 씻어야겠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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