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7, 2013

시각예술저널 경향 <아티클> 20호, p51, 김학량 선생님 인터뷰 중.

A. '김학량'에게 '예술 하는 일'이란 무엇입니까? 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예술의, 예술 한다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K. 세상이 늘 언어 너머에 있고 대상이 늘 감각에 앞서 있음이 분명하다면, 예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 쓰는 몸가짐과 마음씀씀이로 할 일입니다. 혹은, 세상을 맞이하고 문안하고 섬기는 염치, 김태용의 소설 중 한 문단이 여기 어울리겠습니다. "밤 그리고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내 말에 끼어들지 마라. 이미 끼어들었어도 잠자코 있어라. 이야기의 주름을 잡아당기지 마라. 네가 기억하는 모든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다. 잊을 수 있다면 잊어라. 그리고 너의 이야기의 구멍을 뚫고 기어들어 가거라. 자세를 좀 더 낮추라. 잊지 못할 것이다. 너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너의 이야기 뒤에 나의 이야기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이것이 너의 이야기에 대한 나의 저주다." 따라서 예술 하기의 최고 품등은 일기쓰기(현미경 들이대고 일상 낱낱을 주워섬기며 기념비화하는 재현주의적 일기쓰기 말고요. 재현을 해체하는 재현?)와 같은 것.



(김학량 선생님 글은 읽다가 종종 가슴이 덜컥 한다. 몸가짐과 마음씀씀이, 세상을 보는 태도에 대해서는 배웠으나, 배움과 익힘은 또 다른 것처럼, 나는 언제쯤이나 고 근처에 가보게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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