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0, 2010

그리고 그곳도

 이번역을 알려주는 안내방송의 어떤 여자목소리, 습관적이며 아주 기계적으로 내뱉는 '아줌마 한번만 도와주세요' 하는 누군가의 소리, 지하철의 규칙적인 덜커덕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그의 운동화, 아저씨의 슬리퍼, 할머니의 신발, 그녀의 구두, 아이의 삑삑거리는 작은 운동화-소리, 많은 대화들이 섞여 이루어지는 웅웅거리는 소리. 그렇게 모든 것의 소리는 태연히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 너의 존재가 그리도 태연한 것 처럼, 그런식으로,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너의 소리는 아무것도 품지 않은채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껍데기 뿐인 시니피앙 처럼, 아주 가볍고 뜻없이, 아니 그런 수식조차 필요없을만큼 아무 무게 없이, 말의 형태를 하고 있을 뿐인, 그런 소리를, 너는 흘려보냈다.

 나는 어째서인지 갑자기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무언가 내뱉어 해소할, 그러한 것이 필요했다. 잠자코 침묵하는 사이에 나는 소리 없이 울어버렸다. 생각은 나를 울게 했다. 나는 울음의 기억을 더듬고, 다시 건드리고, 아물은 상처를 다시 벌려냈다. 나는 울음으로 또다른 울음을 만들었고, 그리고는 나의 마음을 내 손으로 찢었다.

 세계는 담담했다. 그리고 그곳도, 전혀 조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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