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8, 2012

때마다 미술관을 찾는 것은 사실 꽤나 귀찮은 일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전시장들은 꽤나 발품을 팔게 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찾는 것은 공간이 주는 상쇄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 이다. 공간의 물리적 크기와 상관없이 그곳에는 늘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공간은 블랙홀과 같이 계속해서 축소와 확장을 반복한다.

미술관 혹은 갤러리로 일컫는 전시공간에는 여백과 작품, 그리고 관객이 있다. 작품은 때에 따라 조형적, 문학적, 영화적, 음악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관객을 맞이한다. 관객은 여백 속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하나의 세계를 보게 된다. 삶에서의 경험과 기억들은 그 속에서 되살아나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며 속을 울린다. 시각적인 작용이 오감을 자극하여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전시장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작품 자체에 있기 보다는 작품과의 조우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마주할 때에 작품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 그 언어를 잡아챌 때에 속이 꿀렁해지고 털끝이 찌릿해지는 느낌, 내 안의 어떠한 것과 만나 새로운 감각을 끌어내는 그 느낌. 나는 그 느낌들이 참으로 황홀하다.

작품 감상 이라는 단어는 다소 지루한 활동일지 모른다. 허나 그 세계의 넓이와 깊이를 한 번 가늠해 본다면, 언제고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겪는 무한정의 경험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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